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07월 그대의 꿈은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자랐을지도~
그대아침
2025.04.07
조회 127
딸이 매일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엄마는 예전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학원에 갔다 오면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던 엄마가 언제부턴가 나보다 늦게 들어왔고
입고 나갔던 옷에서는 화학제품 냄새가 났다.
딸이 도화지를 물들이는 동안 엄마는 독한 냄새를 참아가며 액세서리를 알록달록 칠했다.
딸의 꿈을 위해.
엄마가 일을 시작한 데는 내가 모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딸을 지원해주기 위함이 분명했다.
딸이 미술 학원에서 겨울방학 특강 비용을 듣고 와서는
"엄마, 내 친구는 특강비가 너무 비싸서 고민 중이래. 난 어떡할까?" 물어봐도
"다녀야지 뭐”라고 다섯 글자를 내뱉을 뿐이었다.

탄광이 없어 런던에 가보지 못했다는 빌리의 아빠 재키의 모습에 우리 엄마가 겹쳐 보였다.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는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이다.
매일 복싱을 배우러 가던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을 본 그는 여학생들의 뒤에서 동작을 따라 해본다.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은 그런 빌리에게서 재능을 발견하고 특별 수업까지 해준다.
하지만 아빠는 처음에 빌리가 발레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빌리의 춤을 본 아빠는 윌킨슨 부인을 찾아가
발레 학교에 가는 데 필요한 비용을 묻는다.
그리고 아빠는 파업을 그만두고 탄광으로 돌아간다.
빌리의 학비를 벌기 위해. 탄광촌 동료들은 그에게 날계란을 던지며 배신자라 비난하지만
아빠는 묵묵히 탄광으로 향한다.

영화의 끝, 마침내 빌리는 아빠의 희생과 사랑을 품고
한 마리의 백조가 되어 힘차게 무대 위를 날아오른다.
나도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아직도 휴일 없이 일을 한다. 
엄마의 인생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엄마는 후회하지 않는다.
딸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들어주는 엄마의 사랑을 품고,
나도 내가 선무대 위에서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이민주의 <인생에서 정지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