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08화 성실하게 그대의 속도로 걸어가면 인생의 봄과 만날 거예요
그대아침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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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속도는 시속 200미터라고, 
곰곰이 따져보니 한 시간에 200미터면 1분에 약 3미터를 움직이는 셈이다. 
봄은 느껴지는 순간부터 쉼 없이 다가와 어느새 돌아보면 내가 봄 안에
담겨있음을 느낀다. 요새 새로운 취미가 된 바느질의 속도가 그렇다. 
옛날 아기 기저귀를 만들었던 소창이라는 면으로 손수건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자리를 따라 빨간색 자수실로 홈질이 되어 있어 소박하고 예쁘다. 
천을 재단한 뒤 재봉틀로 박음질을 해주는데 나는 아직 초보라
진동모드의 핸드폰이 울리는 격렬한 속도로 바늘이 나아가지 못한다.
소창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페달을 밟는데,
그 속도가 봄이 오는 속도와 닮았다.
'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다'. 1초에 열두 땀 정도의 전진. 
바늘에 찔리지 않을까, 그래서 생채기 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속도이다.

재봉틀을 돌리고 바느질을 하며 삶을 세어나간다.
그리고 이 속도에 내 삶의 한 땀 한 땀을 이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심하지 않은 정도의 속도.
내버려 둔 것 같지만 촘촘히 혹은 얼기설기 짜인 계획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속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문득 돌아보면 확연히 달라져 있는 정도의
순차적인 이질감이 허용되는 속도이다.
이 속도에 익숙해지면 삶은 조금 편해질 것이다. 
단거리 경주를 하듯 초반에 온 힘을 쏟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저 그때그때 정해지는 방향대로 걸어가면 되니까.

모두가 기다리는 인생의 봄도 아마 이 정도 빠르기로 오는 중이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그 속도를 감지하지 못해 지쳐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성큼성큼 봄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봄이 나에게로 오는 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억할 것은 봄은 알아서 오지 않는다는 것. 나무와 바람과 물, 그리고 우주가
모두 각자의 속도대로 성실하게 움직이기에 우리가 봄의 파티에 초대받듯, 
게으름 없이 성실하게 오늘의 속도로 살아나간다면 인생에 봄은 꼭 찾아오지 않을까.


*이애경의 <보통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