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8 (화)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저녁스케치
2025.04.08
조회 154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긴 밤에 홀로 있어
떨어지는 별의 끝간데를
보면서 사는 것.
더 참을 수가 없어
뚝 소리를 내며 터지는
새싹 소리와 키 큼을
같이 듣고 인내하는 마음의 샘이
늘 젖어 있는 것.
귀뚜라미 소리에도 놀란 가슴에
닫혀지지 않는 호기심이
연이어 이어지는 것.
한갓 허술한 이야기에도
우스워 우스워서
배꼽이 엄마같이 아픈 것.
기도하듯 앉아
진실이 무엇인가를
진실하게 백 번을 더 물어보고 사는 것.
쓸어버린 가슴에
뜨개질 솜씨로
행복에 젖지 않고
행복을 한 올 한 올 짜며 사는 것.
진짜로 사는 것은
돌아선 사람의 뒷모습을
앞모습보다 영롱히
새겨 가며 사는 것.
김기린 시인의 <우리가 진짜로 사는 것은>
모든 슬픔 다 덜어줄 수는 없지만
시시때때로 미소와 친절을 나눠주는.
도움이 필요한 이를 못 본 척 지나치지 않고,
헤어진 후에도 두고두고 만남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우리가 진짜로 산다는 건,
그렇듯 사람 향기를 남기며 사는 것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