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안다
돼지꿈을 꾸고
복권 몇 장을 사가지고 있는 동안의
턱없는 설레임을...
군 입대할 적 어머니가
병역 수첩 맨 뒷장에
꼭꼭 접어 넣어주던 부적처럼
한 주 동안이 든든했다
더러는 남의 돼지꿈까지 사다가 복권을 샀다
당첨되지 않아도 좋았다
퇴근길 찬송가를 부르며 바구니를 내밀던
맹인에겐 한 푼도 주지 못했지만
복권을 갖고 있는 동안
복지국가 건설에 한몫했다는 자부심...
아는 사람은 안다
거, 왜 표어도 있잖은가
"내가 산 복권 한 장
국민주택 벽돌 한 장"
버스표 파는 가판대
주택복권 진열 칸 앞에서
두근대며 번호 맞춰보던 추억을,
술 취한 퇴근길
가끔은 내가 쌓는 남의 집들에 막혀
내 전셋집 돌아가는 길이 막막해도
돼지꿈 속에서 한 주 동안
턱없이 행복했던 추억을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복효근 시인의 <주택복권의 추억>
당첨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당첨되지 않아도 그만인 복권.
하지만 주머니 속에 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부럽지 않지요.
그건 터무니없는 기대 때문이 아녜요.
점점 희미해져 가는 희망을
마음껏 꿈꿀 수 있어서일 가예요.
그것만으로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소박한 행복을 아는 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