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토) - 느낌 세곡 "after"
200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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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떠난 후에도 저 술들은 남아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겠지

나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술에 취해

몸은 땅에 가장 가까이 닿고

마음은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

허공 속을 몽롱하게 출렁이겠지

혀 끝에 타오르는 불로

아무렇게나 사랑을 고백하고

술 깨고 난 후의 쓸쓸함으로

시를 쓰겠지, 나 떠난 후에도

꿀같은 죄와 악마들은 남아

거리를 비틀거리며


오늘 나처럼 돌아다니겠지

누군가 또 떠나겠지

- 문정희 '나 떠난 후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