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ward Frederick Brewtnall(1846-1902), Where Next?]
Christopher Wood Gallery, London, England
어디에 선들 어떠랴
엄동 설한 살얼음 녹인
그대와 나의 불씨
그 불씨 다시 살아
부끄럼 없는 하나가 되었는데
어둠을 헤치는 불꽃 크나큰 사랑인데
어디에 선들 어떠랴
험하디 험한 산골짝
기름때 묻은 단칸방
어화둥둥 내 사랑인데
어디에 선들 어떠랴
그대 내 위함이
풋풋한 사랑으로 영글어가듯
내 그대 그리워함이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된다면
어디에서라도 좋아라
파도 휘몰아치는 외딴 방파제에서
사랑으로 뱃길 인도하는 등대로 살아도 좋아라
생선 비린내 나는 시장 골목
모질디 모진 빌레 위에서라도
그대와 맞잡은 손이라면
아우러져 이렇게 하나 된다면
어디에서라도 좋아라
어디에서라도 좋아라
- 김수열 '축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