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그릇이 작아서 그래요."
일을 하다가 힘이 붙이거나, 사회에서 이리 저리 치인 사람들과
진지한 상담을 하다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사람은 척척 잘 해내는데
유독 자신만 버거워하고 견디지 못한다고 여긴다.
내 그릇이 훨씬 컸다면 충분히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되서 이런 사단이 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나란 사람의 그릇이 커지기를.
그런데 바라는 그릇의 크기가 요새 정여사 식으로 말하면
"커도 너-무 커~"다.
커피 컵 크기의 사람이 냉면 그릇이 되기를 원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거의 모든 마음의 그릇의 크기는 컵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그릇크기의 증가는
10% 남짓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소주잔만큼 작은 그릇이을 태어나서
사소한 일도 견디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그릇이었다면 이 험한 세상에서 지금껏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실현가능한 그릇의 완성은 무한정한 크기의 확장이 아니라
질감의 변화다.
양은 그릇같은 마음이 뚝배기의 두꺼운 질감으로 전환해서
쉽게 달아오르지도 않고, 한 번 데워진 그릇이 따뜻한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그릇크기의 강박에서 벗어나 삶에서 지향할
마음수련의 태도다.
한 뚝배기 되보실라예?
- 한국일보 ‘삶과 문화’ 칼럼중에서
하지현 건국대 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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